퀸터플 오딧세이
Quintuple Odyssey
2025. 10. 25. – 11. 15.
조민선 Cho Minsun
퀸터플 오딧세이 Quintuple Odyssey

조민선

퀸터플 오딧세이(Quintuple Odyssey)는 ‘다섯 가지 모험’을 의미한다. 본 프로젝트에서 제시하는 다섯 단계는 인간이 사고, 감정, 육체를 차례로 상실하고, 그 결과 자아의 해체와 사회적 기반의 소멸로 이어지는 과정을 가리킨다. 일반적으로 ‘오딧세이’는 험난하지만 의미 있는 여정을 뜻하며 긍정적 함의를 지닌다. 그러나 본 전시는 이를 반어적으로 사용하여, 기술 발전이 가져온 역설적 결과를 탐구한다. 인간은 극도의 효율성과 생산성을 추구하며 기술을 발전시켜왔다. 이러한 과정에서 기술을 통해 스스로를 더욱 고차원적 존재로 진화시킬 수 있다는 신념을 가지고 기술적 여정을 떠난다. 그러나 이 여정은 예상과 달리 인간성의 해체로 귀결된다.

사고는 자동화된 시스템과 인공지능의 도입으로 점차 불필요한 활동으로 간주되었고, 이에 따라 사유의 능력은 점진적으로 상실되었다. 감정은 비효율적 요소로 치부되었으며, 갈등과 에너지 소모를 줄이려는 인간의 선택 속에서 점점 자기표현을 억제하다가 결국 감정 자체를 잃게 되었다. 의학 기술은 완벽한 신체를 목표로 불필요하다고 간주된 기능을 제거하는 방향으로 발전하였고, 인간의 육체는 점점 단순하고 효율적인 형태로 변형되었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은 인간의 형체와 자아의 해체로 이어졌으며, 결국 인간이 중심이었던 사회 구조 역시 붕괴되었다. 이러한 맥락에서 퀸터플 오딧세이는 기술적 진보가 초래할 수 있는 존재론적 전환을 사유하며, 인간의 소멸과 함께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던 포스트휴먼의 시대가 도래함을 제시한다.

구체적으로, <entangled252>는 인공지능 기반 영상예술의 새로운 가능성을 실험하며, 포스트휴먼 시대의 인간 정체성과 존재의 의미를 탐구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본 작품에 사용된 AI는 사전에 학습된 데이터를 기반으로 관객이 입력한 프롬프트를 해석하고, 작가가 설계한 초기 3D모델을 변형시켜 실시간으로 변화하는 영상을 생성한다. 작가는 젤리처럼 유기적인 형태의 생명체들이 덩굴에 기생하고 서로 군집하는 이미지를 통해, 인간의 물리적 육체는 소멸하되 그 영향력만이 잔존하는 포스트휴먼적 풍경을 제시한다. 전시는 작가가 구상한 초기 형상으로 시작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관객의 개입과 AI의 해석에 따라 형상은 점진적으로 변화한다. 이러한 변화는 극히 느린 속도로 진행되며, 그 과정 속에서 인간, 작가, 그리고 AI가 함께 상상하고 구성한 예측 불가능한 미래의 단편들이 드러난다. 나아가 인간과 인공지능의 상호작용을 통해 기술이 예술 창작 과정에서 수행할 수 있는 역할을 탐색하고, 인간과 비인간적 주체가 공존하는 새로운 존재 방식을 모색하게 한다.

인간성(Humanity)
본 전시에서 ‘인간성’은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본질적 조건들을 가리킨다. 이는 단순히 인간의 생물학적 존재를 뜻하지 않으며, 사유하는 능력(Thinking), 정서적 차원(Emotion), 육체성(Embodiment), 그리고 자아와 사회적 관계(Selfhood & Relationality)의 총체로 정의된다. 이러한 요소들이 상실될 때, 인간은 더 이상 ‘인간다움’을 유지할 수 없으며, 사회와 존재 방식 자체가 근본적으로 해체된다.

포스트휴먼의 풍경, 공포와 환의의 미래

“우리는 우선 인간의 형상이—인간의 욕망과 그 모든 외적 발현을 포함하여—급격히 변화하고 있을지도 모르며, 따라서 다시 그려야 한다는 사실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우리는 휴머니즘이 포스트휴머니즘이라고 부를 수밖에 없는 무언가로 변화함에 따라 500년 동안 계속되어 온 휴머니즘이 종말을 맞이하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1)
– 이하브 하산(Ihab Hassan)

 

포스트휴먼이 된다는 것은 어떤 것일까? 인간은 어떻게 변할 것인가? 조민선의 사유는 인간과 비인간 사이의 어딘가를 향하고 있다. 그는 탈체현적 정보 체계로 변하는 인간의 미래를 그리면서 단백질 덩어리로서 인간에 대한 연민과 절대 사라지지 않는 인간의 영향력에 대한 끈질김을 작업으로 드러낸다. 그의 작업은 어찌 보면 신체를 벗어나 정보적 존재가 되는 인간의 미래에 대한 공포를 이야기하는 듯하지만, 그 근저에는 인간이 분산 시스템의 일부가 되어 새로운 주체성을 구성하는 포스트휴먼으로서의 존재 방식에 대한 시나리오가 숨 쉬고 있다. 인간의 새로운 가능성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다.
인류는 신체성을 극복하기 위한 도구를 만든 시점부터 이미 다른 존재로 향한 진화를 시작했다. 그 과정에서 인간을 다른 존재로 향하게 한 것은 사이버네틱스(cybernetics)다. 인간과 기계가 기능상 서로 대응한다는 ‘인간기계론’은, 정보 과학이 발전하면서 인간의 뇌와 전자계산기가 유사한 작용을 한다는 점에 착안하여 인간을 일종의 정보 처리 기계로 보는, 새로운 융합적 학문 분야인 사이버네틱스로 전개됐다. 여기서 우리는 신체를 잃는다. 1차 사이버네틱스를 주도한 정보 이론가인 클로드 섀넌(Claude Elwood Shannon)과 노버트 위너(Norbert Wiener)는 정보를 수량화할 수 있는 개체로 만들기 위하여 탈물질화하고 탈맥락화했다.2) 이들은 정보를 신체와 관계없는 기호로 만들고자 했다. 인간 체계와 기계 체계가 서로 트러블을 일으키지 않게, 매끈하게 연결하려면, 인간 신체와 기계 개체의 다름을 삭제하고 단순한 정보로만 서로 주고받을 수 있어야 했기 때문이다. 이들은 의도적으로 물질성과 신체를 삭제함으로써, 맥락(신체 및 환경)마다 다른 정보가 아니라 고정된 단일한 값을 지닐 수 있다고 봤다. 신체가 물질적 제약일 뿐이고, 그로부터 벗어날 때 비로소 자유를 누릴 수 있다고 본 것이다. 이때부터 정보의 단순화, 즉 탈맥락화는 하나의 이데올로기가 되었고, 전통적 인간관이 해체됐다. 정보 처리 기계로서 인간의 신체는 정보를 담는 그릇으로 전락했다. 그런데 정보만으로 인간이 될 수 있는가? (더 구체적으로) 디지털 신호로 존재하는 게 인간인가? 만약 이 또한 인간이라면 어디까지 인간이라고 해야 할 것인가? 캐서린 헤일스(N. Katherine Hayles)는 『우리는 어떻게 포스트휴먼이 되었는가(How We Became a Posthuman)』(1999)에서 사이버네틱스로 촉발된 신체의 누락과 정보의 물화를 비판한다. 그녀는 포스트휴먼의 결정적 특징이 이러한 정보에 있는 것이 아니라, 주체성이 구성되는 방식이라고 주장한다.
이러한 인간의 변화는 조민선의 작업을 관통하는 핵심 태제다. 그는 기술 발전의 여정이 인간성의 해체에 이르게 될 미래를 그린다. 그 중심에는 인간의 신체가 있다. 작가는 극도의 효율성과 생산성을 추구하는 인간이 기술을 통해 스스로가 더욱 고차원적 존재로 진화할 것이라고 믿었지만, 그 결과는 예상과 달리 인간성의 소멸에 가닿는 미래의 시나리오를 보여준다. 인간의 종말이다. 하지만 ‘예술의 종말’(아서 단토)이 예술의 죽음이 아니듯, ‘인간의 종말’도 인간의 죽음이 아니다. ‘예술의 종말 이후’의 예술이 펼쳐지듯, ‘인간의 종말 이후’의 인간이 존재한다. 조민선이 보여주고 있는 예술은 ‘인간의 종말 이후’ 인간의 세계, 즉 포스트휴먼의 풍경이다.

 

탈경계적 존재로의 이행
포스트휴먼의 풍경에는 공포와 환희가 존재한다. ‘포스트’라는 말은 인간을 파기한다(탈-인간)는 의미와 인간 뒤에 온다(인간 이후)는 의미를 동시에 가지고 있으므로, ‘인간’의 시대가 얼마 남지 않았음을 암시한다. 인간 경계의 침해는 곧 자아의 완전한 해체로 이어질 수 있다는 두려움을 낳는다. 경계가 조금이라도 흔들리면 자아를 지킬 방법이 없다는 공포가 확립되는 것이다. 하지만 인간을 분산 시스템으로 본다면 전혀 다른 가능성이 열린다. 다른 존재들과의 접합이 인간 역량의 실현을 방해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 접합을 통해 그 역량을 증가시키는 것이다. 바로 우연성과 예측 불가능성을 특징으로 한 열린 미래를 향해 진화할 수 있을 것이라는, ‘인간의 종말 이후’의 인간을 기대하며 환희를 느낀다. 조민선의 《퀀터플 오딧세이(Quintuple Odyssey)》에서는 포스트휴먼에 대한 전망이 낳은 이러한 공포와 환희가 드러난다. 그가 보여준, 인간 중심주의가 해체된 이후, 인간의 존재론적 재배치는 우리에게 너무 낯설기에 공포스럽다. 하지만 다른 존재들과 상호작용 속에서 새로운 인간의 역량을 발현할 가능성에 대한 환희가 스며 있다.
조민선은 줄곧 관계와 상호작용에 관심을 보여왔다. 초기 작업에서 그는 인간 사이의 관계와 상호작용, 사회적 심리 구조를 주로 다루었다(<대화>(2014), <Visible, but invisible>(2016) 등). 센서와 빛, 프로젝션 맵핑을 활용한 인터랙티브 설치를 통해 심리적 거리나 상처, 관계의 문제를 다루면서, 현실을 다른 차원으로 비틀어 사유의 공간을 열어 보였다(<Hide and Seek>(2017), <Human society>(2017), <Not too far nor not too close>(2018) 등). 그러나 팬데믹을 거치며 그의 시선은 크게 변했다. 인간 중심적 세계관 자체가 급격히 흔들리는 것을 목격한 후, 그의 관심은 인간 내부에서 점차 바깥으로 확장되었다(<beyond the orb> 연작(2020), <Greenery Flow>(2021), <reflected in it>(2021), <re-flection>(2021) 등). 인간관계에서 출발해 사회 구조로, 다시 자연과 환경으로, 더 나아가 우주와 존재론적 미래로 이어지는 여정이었다. 결국 그는 인간 이후의 세계, 즉 포스트휴먼의 시간대를 자신의 주요 무대로 삼게 되었다. 그는 인간, 자연, 기계 사이의 경계를 허무는 무중력의 가상 생태계를 제시함으로써, 위계 없는 공생 관계를 형성하는 모습을 보여줬고(<0Gravity>(2023–24)), 인간 또한 구조적 제약 속에서 제한될 수밖에 없음을 드러냄으로써, 인간이 지배자가 아니라 사회, 환경, 기술이 복잡하게 얽힌 네트워크 안의 한 요소임을 일깨워줬다(<The System>(2024)).
《퀀터플 오딧세이》는 이러한 포스트휴먼에 관한 사유를 전혀 다른 층위로 올려놓는다. 조민선은 ‘인간성(humanity)’을 중심으로 인간이 무엇인지 되물으며, 인간 소멸(해체), 혹은 인간 지속이 지닌 의미를 재배치한다. 작가는 인간의 지속과 인간의 소멸(해체) 사이에 경계선을 긋지 않는다. 근대의 헌법이라 불리는 이분법을 단호히 거부한다. 그가 설정한 “인간의 형체는 사라지고, 인간이 남긴 영향력만 잔존하는 세계”(작가노트)는 인간의 소멸/지속을 경계 짓는 세계가 아니다. 조민선은 인간/비인간, 자연/문화, 유기체/기계 장치라는 이분법의 붕괴를 직접적으로 시각화함으로써, 인간이라는 종의 역할과 흔적을 다시 묻는 방식으로, 포스트휴먼으로서 인간의 가능성을 사유하게 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인간다움’이다. 즉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본질적 조건인 ‘인간성’. 조민선은 ‘인간성’을 단순히 인간의 생물학적 존재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사유하는 능력(Thinking), 정서적 차원(Emotion), 육체성(Embodiment), 그리고 자아와 사회적 관계(Selfhood & Relationality)의 총체”라고 말한다(전시 서문). 그는 “더 이상 ‘인간다움’을 유지할 수 없”는 차원까지 나가는 미래를 ‘다섯 가지 모험’이라는 뜻의 ‘퀀터플 오딧세이’ 시나리오를 통해 보여준다. 이 다섯 가지 모험, 즉 인간성 해체의 다섯 단계의 여정은, 자동화된 시스템, 인공지능 도입으로 인한 ‘사고’의 소멸 → 기술적 효율화를 위해 비효율적 요소로 치부되는 ‘감정’의 소멸 → 의학 기술에 따른 불필요한 기능이 제거가 초래할 ‘육체(구체화)’의 소멸 → 극도의 효율성과 생산성 추구에 따른 고차원적 존재로 진화가 낳을 ‘자아’의 소멸 → 이러한 변화가 초래할 ‘사회적 관계’의 소멸이다. 그렇지만 앞서 언급했듯이, 인간성 소멸(해체)이 인간의 종말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작가는 “포스트휴먼이 인간의 ‘형태’가 없는 것이지, 인간 자체가 완전히 삭제된 상태라고 보지는 않는다.”(작가와의 인터뷰). 인간의 영향력은 축적되고, 신체, 기술, 자연의 경계가 사라진 세계에서 다른 존재들과 접합함으로써 예측 불가능한 인간으로 진화하는 것이다.

 

포스트휴먼적 진화: 공포와 환희
조민선이 선보이는 포스트휴먼적 진화에는 공포와 환희가 얽혀 있다. 인간의 한계를 넘어서 자유를 얻게 되었다는 환희와 ‘인간다움’을 잃었다는 공포. 《퀀터플 오딧세이》에서 선보인 작업들은 이 두 감정이 서로 뒤섞여 우리에게 다가온다. 인간이면서도 ‘인간다움’을 잃은 다른 존재, 즉 포스트휴먼적인 인간으로 진화(혹은 변화)하는 과정은 <entangled252>(2025)와 <인류가 사라진 이유>(2025)를 통해 구체화된다. 전자는 진화의 ‘과정’을 체험할 수 있는 실시간 AI 인터랙티브 3D 시각화 작업이고, 후자는 포스트휴먼적인 진화의 ‘결과’를 보여주는 3D 모델링 영상 작업이다. 관객은 전자를 통해 진화를 체험할 수 있으며, 후자를 통해 포스트휴먼적인 인간의 형상을 확인할 수 있다. 관객의 움직임과 프롬프트 입력에 실시간으로 반응하는 <entangled252>는 ‘인간의 영향력’과 ‘분산시스템이 된 인간’의 의미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이 작업은 관객의 행위에 즉각적으로 반응하는 기존 인터랙티브 작업과는 달리, 행위의 흔적을 천천히—혹은 거의 느껴지지 않을 만큼 미세하게—작품 속에 축적하는 구조를 지니고 있다. 관객의 프롬프트 입력은 나무의 생성과 비틀림, 동그란 오브제(눈)의 생성, 그리고 사운드의 변화에 영향을 준다. 관객의 궤적을 따라 보라색 튜브가 생기고, 관객이 많이 몰리는 지점에는 뼈가 쌓인다. 관객의 행위에 따른 이러한 생성과 변화는 느린 속도로 진행되는데, 이는 ‘인간의 영향력’이 즉각적으로 눈에 띄지 않지만, 누적되고 지속되고 있음을 드러낸다. 이 작업에서 생성되고 변화하는 개체들은 ‘분산시스템이 된 인간’ 형상이라 볼 수 있다. ‘눈’(시각성)을 상징하는 동그란 오브제와 인간의 내장 기관을 의미하는 보라색 튜브, 뼈로 상징되는 떨어지는 잔해 등은 단일체로서의 인간이 아니라, 분산시스템으로 변모한 인간을 시사한다. 작가는 인간이 형태를 잃더라도 끝까지 유지할 감각은 시각(눈)이며, 기존의 기능이 변하면서 형태 또한 변모하겠지만 그럼에도 최후까지 남게 될 것은 내장기관과 뼈라고 상정한다. 이 작업은 나무 덩굴과 같은 형체에 분산된 인간 형상이 증식하며 유기적으로 군집하는 모습을 통해 자연화되어 가는 인간 이후의 인간, 즉 포스트휴먼적 진화를 보여준다.
효율성과 최적화를 향한 인간의 욕망이 낳을 퇴행적 진보와 신체의 경직화는 <동그랗고 매끄러운 몸>(2025)과 <우리는 어떤 흔적을 남길 것인가>(2025), 그리고 김동식 소설가와 협업한 <멈춤 버튼을 누른 날>(2025)에서 드러나는 메시지다. 인간이 기술적 진화를 거듭한 끝에 팔다리를 잃고 젤리 같은 동글고 매끈한 유기체로 변한다는 소설적 상상(「초(超)인간젤리의 종말」)을 영상화한 <동그랗고 매끄러운 몸>은, 화석화된 산호초와 유동적인 용암이 식어 굳어진 현무암, 그리고 여전히 말랑한 젤리(<우리는 어떤 흔적을 남길 것인가>)와 함께 놓임으로써 퇴행적 진보의 응축된 시간을 상징적으로 드러낸다. 우리는 이 소설의 결말이 “움직이는 법을 잊고, 생각하는 법을 잊었다. 젤리 같은 몸은 점점 굳어갔다. … 그렇게, 인류는 멈췄다.”라는 사실을 상기해야 한다. 퇴행적 진보는 <멈춤 버튼을 누른 날>에서도 드러난다. 감정이 총량제로 소모되는 자원이라는 설정으로 전개되는 단편소설 「멈춤 버튼을 누른 날」(원안: 조민선, 집필: 김동식)을 전시로 가져온 이 작업은, AI로 상징되는 기술주의와 인간의 효율성을 향한 욕망이 만들어낸 아이러니한 미래를 상상적으로 구축한다. 이러한 작품들은 ‘멈춤 없는 질주(기술 발전)’가 도달한 곳이 ‘퇴행적 신체’일 수 있음을 경고하는, 미래를 향한 메시지로도 읽을 수 있다.

 

다른 포스트휴먼을 향하여
“우리는 생물학적이든 인공적이든 지구와 우리 자신을 공유하고 있는 다른 생명 형태와 우리 인간의 장기적 생존에 도움이 되는 또 다른 포스트휴먼을 만들어 낼 수 있다.”3)
– 캐서린 헤일스(Katherine Hayles)

포스트휴먼이라는 개념은 양가적이다. 인간을 넘어선다는 의미와 동시에 인간을 파기한다는 뜻을 함축하기에, 우리에게 환의와 공포를 동시에 안겨준다. 조민선의 《퀀터플 오딧세이》서사는 전통적인 인간관을 해체하며 포스트휴먼으로 향한다. 이 여정은 낯설고 기이하다. 아니다. 새롭고 신비롭다. 조민선이 펼쳐 놓은 세계에서 신체는 소멸되고 분산된다. 증식하고 연합한다. 단일체로서 인간은 분산체로 진화하면서 자연과 기술의 얽힘 속에서 회집체(assemblage)를 이룬다. 회집체로서 인간은 자연이며, 기술이며, 인간이다. 이러한 인간의 진화는 이분법적이고 위계적인 근대적 인간을 벗어나 일원론적이고 공생적인 포스트휴먼을 향한 여정이다. 강력한 인간이 아닌, 공진화하는 인간이다. 조민선의 여정은 효율성과 최적화를 향한 인간의 욕망에 대한 경고이며, 동시에 인간 중심주의가 해체된 이후, 인간의 존재론적 재배치를 위한 위칫값이다.

 

1) 이하브 하산, 「행위자로서의 프로메테우스: 포스트 휴머니즘 문화를 향하여?」; 캐서린 헤일스, 『우리는 어떻게 포스트휴먼이 되었는가』, 허진 옮김, 열린책들, 2013, p.21에서 재인용.
2) 섀넌은 정보를 “차원도 물질성도 없고 의미와 반드시 연관되지도 않는 확률 함수”라고 정의하면서, 메시지의 효율적인 전송에만 관심을 가졌다. 위너는 정보를 가능한 여러 메시지 중에서 하나의 메시지를 선택하는 것으로 보았다. 정보의 선택 가능성을 정량화하려 했다.
3) 캐서린 헤일스, 『우리는 어떻게 포스트휴먼이 되었는가』, 허진 옮김, 열린책들, 2013, p.510.

조민선은 숙명여자대학교 회화과에서 학사 학위를 취득하고 시각영상디자인을 부전공하였다. 이후 시카고예술대학(School of the Art Institute of Chicago)에서 아트 앤 테크놀로지(Art & Technology) 분야 준석사 및 석사 학위를 받았다. 《0Gravity》(영은미술관, 경기도 광주, 2023), 《re-flection》(청주미술창작스튜디오, 청주, 2021), 《two chairs, and the broken pieces》(홍티아트센터, 부산, 2020) 등 개인전을 개최했으며, 《A.I. 미디어아트: 경계에서 공감으로》(한우리정보문화센터 갤러리 활, 서울, 2025), 《꿈의 궤도 – 디지털 낭만》(대구예술발전소, 대구, 2025), 《Reflections》(언바운드갤러리, 서울, 2024), 《Light Up》(어울아트센터, 대구, 2024), 《환경을 넘어선 예술》(영은미술관, 경기도 광주, 2024), 《매끄러운 돌밭》(쉐마미술관, 청주, 2022) 등 다수의 국내외 그룹전에 참여하였다. 또한 강릉대도호부관아 문화유산 미디어아트(강릉문화재단, 2023), 수원화성 미디어아트쇼 수원이 미디어아트전(수원문화재단, 2022), 미디어아트 특화공간 신규 콘텐츠 개발(광주문화재단, 2021) 등 공공 미디어아트 프로젝트에 참여하였다.  영은미술관 12기 입주작가(2022–2024), 청주미술창작스튜디오 15기 입주작가(2021–2022), 부산문화재단 홍티아트센터 8기 입주작가(2020), MANA Contemporary Chicago New Media Residency Program(미국, 2018–2019) 등 국내외 레지던시 입주작가로 활동하였다.

퀸터플 오딧세이
Quintuple Odyssey

2025. 10. 25. – 11. 15.
아트센터예술의시간 4층

조민선 Cho Minsun

후원 |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아트센터예술의시간

비평 | 안진국
사진촬영 | 최철림
그래픽디자인 | 김정활
기타협업 | 김동식 박수잔 조영웅 최재호 허재혁

한국문화예술위원회 2025 다원예술 창작산실의 지원을 받아 제작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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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아트센터는 이용자의 요청에 의해 해지 또는 삭제된 개인정보는 “회사가 수집하는 개인정보의 보유 및 이용기간”에 명시된 바에 따라 처리하고 그 외의 용도로 열람 또는 이용할 수 없도록 처리하고 있습니다.

7) 만 14세 미만 아동의 경우 법정 대리인이 아동의 개인정보를 조회하거나 수정할 권리, 수집 및 이용 동의를 철회할 권리를 가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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